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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030]이달의 상담사례_임대인이 성실한데 돈이 없다는데, 임차권등기와 소송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요?

16시간 전
6분 분량

글 : 권호현 변호사(세입자114)




Q. 임대인이 성실한데 돈이 없다는 데, 임차권등기와 소송 말고 다른 길은 없을까요?


답변키워드


1. 묵시적 갱신 중인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3개월 뒤 계약이 끝남. 만기에 보증금을 못 받으면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반환소송, 가압류로 가되, 그 전에 그 절차가 임대인에게 얼마만큼의 손해인지 숫자로 알려주는 것이 협상의 시작


2. 다가구주택 1순위 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인과 나머지 10세대의 운명을 함께 바꿈. 임대인의 자력과 상환 이력을 서류로 확인한 뒤에야 다음 선택이 가능함


3. 보증금을 ’빌려준 돈’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음. 준소비대차 + 선순위 근저당권 감액 + 후순위 근저당권 설정 + 집행인낙 공증. 대항력을 내주는 대신 순위(근저당권)와 속도(공증)를 받는 교환임


4. 선택은 숫자로 함. 바로 집행하면 6~70%, 1년 뒤 연체여도 약 64%, 완납되면 연 20%. 어느 경우에도 소송보다 나쁘지 않게 설계하되,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임대인이 있음





<문의내용>

서울의 다가구주택(원룸) 000호에 2018년부터 보증금 1억 3천만원에 살고 있는 세입자입니다. 첫 만기 뒤 계약서를 다시 쓰지 않은 채 묵시적 갱신 상태였고, 올해 5월 말 임대인에게 나가겠다고 말한 뒤 6월 말 “8월 말까지 보증금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도 보냈습니다. 임대인은 알겠다면서도 돈이 없어 새 세입자가 들어와야 돌려줄 수 있다고 하고, 못 주는 기간에는 이자를 주겠다고 합니다. 등기가 하나인 다가구주택이고, 선순위 근저당권은 처음보다 많이 줄어 지금 채권최고액 9억원입니다. 얼마 전 다른 세입자가 강제경매를 신청했다가 돈을 받고 취하한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보증금이 당장 급하지는 않고, 임대인은 건물도 잘 지었고 하자보수도 잘 해주는 성실한 분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과 보증금반환소송밖에 길이 없을까요?

     

     


<상담내용>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건은 임차권등기와 소송을 “하지 않는” 쪽으로 설계했습니다. 보증금 1억 3천만원을 연 20%, 24개월 분할상환 대여금으로 바꾸고, 선순위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을 갚은 만큼 감액시킨 뒤 그 자리에 상담자 명의의 후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집행인낙 공정증서를 받았습니다. 정확히 2년 뒤 상담자는 원리금 전액을 받았습니다. 2024년 8월 상담입니다.


1. 묵시적 갱신 중인 임차인은 언제든 해지할 수 있고, 만기에 못 받으면 세 가지 수단이 있음. 다만 그 수단이 임대인에게 얼마만큼의 손해인지 먼저 계산해서 알려줘야 함

묵시적으로 갱신된 임대차에서 임차인은 언제든지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계약이 끝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상담자는 5월 말에 통지했으니 8월 말 종료이고, 임대인도 다투지 않았습니다.

종료일에 보증금이 돌아오지 않으면 수단은 셋입니다. 1) 임차권등기명령(같은 법 제3조의3. 등기를 마치면 이사를 가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됩니다). 2) 보증금반환청구소송. 3) 임대인의 예금계좌, 다른 부동산, 임대인이 받을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가압류.

제가 늘 드리는 말은, 내용증명에 이 셋을 “하겠다”고 적지 말고 이것들이 임대인에게 얼마만큼의 피해인지를 적으라는 것입니다. 이 건의 통지서(8. 14.)에 적은 숫자는 이렇습니다.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올라가면 그 방에 새 세입자가 들어오기 매우 어려워진다. 사업용·급여 계좌가 가압류되면 푸는 데만 수백만원의 소송비용과 1억 3천만원 상당의 현금 담보 공탁이 필요하다. 변호사비용 최소 110만원에서 약 1,100만원까지 임대인이 물어야 한다. 그리고 바로 다음 문장에 “저희는 선생님께서 이런 상황에 봉착하시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비용을 아끼지 말고 변호사 상담을 받아 보시기를 권합니다”라고 퇴로를 적습니다. “이 건이 전세사기라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라는 괄호도 넣었습니다. 임대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순간 협상은 거기서 끝납니다(물론 진짜 전세사기라면 협상할 것도 없습니다).


2. 다가구주택 1순위 임차인의 임차권등기명령은 임대인과 나머지 10세대의 운명을 함께 바꿈. 그래서 임대인의 자력과 이력을 서류로 확인하는 것이 먼저임

상담자는 이 건물 임차인 11세대 가운데 전입과 확정일자를 갖춘 임차인들 중 1순위입니다. 경매로 가면 선순위 근저당권자 다음으로 가장 먼저 배당을 받습니다. 그런데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요. 임차권등기가 올라간 건물에는 새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습니다. 임대인이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강력한 신호이자 낙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어서 보증금 1억 3천만원에서 1억 5천만원인 다른 다섯 세대도 “나도 빼달라”고 하게 되고, 임대인은 돌려줄 돈이 없으니 누군가 소송을 걸고 경매를 신청합니다. 1순위인 상담자는 받더라도, 막 전입한 후순위 세대들은 못 받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정당한 권리 행사가 열 세대의 연쇄 피해로 이어지는 구조, 이것이 다가구주택 임대차의 특수성입니다.

그래서 임대인에게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11세대 임대차계약서 전부, 전입세대열람 내역, 이 건물과 임대인의 다른 원룸 건물(사정이 비슷한)의 등기부, 임대인이 사는 집의 등기부. 임대인은 전부 보내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성실함이자 간절함으로 읽었습니다.

유리한 것. 2018년 소유권보존 직후 11억원이던 선순위 근저당 채권최고액이 2021년 9억원으로 감액(성실히 갚았다는 뜻). 2019년 8억 4천만원, 2023년 5억 4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했다가 각각 같은 해에 말소(급전을 빌렸다가 갚았다는 것). 2021년 세무서 체납처분은 10일 만에 해제, 2024년 6월 강제경매개시결정은 17일 만에 변제해 취하.

불리한 것. 위 강제경매는 다른 원룸 건물 임차인이 신청한 것이고, 그 건물에는 2023년 11월 임차권등기 1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었습니다. 상담자는 “임대인이 최근 강남에 아파트를 샀다”고 알고 있었지만, 등기부상 임대인 주소지 두 곳은 모두 타인 명의였고, 임대인은 지출을 줄이려 이 건물의 비어 있던 주인세대에 살고 있었습니다. 임차인이 아는 임대인의 사정과 등기부가 다른 일은 흔합니다. 좋은 쪽으로도, 나쁜 쪽으로도.

숫자로는 이렇습니다. 매매 호가 27억원, 은행 감정가 24억원. 선순위 근저당 잔액 6억 5천만원(연 6%, 최고액 9억원), 11세대 보증금 합계 약 9억 2천만원. 24억에서 둘을 빼면 약 8억 3천만원이 남으니 경매로 가도 1순위인 상담자는 받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다만 1~2년이 걸리고, 그 사이 연쇄작용으로 낙찰가가 내려가고, 경매비용과 조세, 소액임차인 최우선변제가 먼저 빠집니다. 당장 확실하게 손에 쥘 돈으로 보수적으로 잡으면 보증금의 6~70%였습니다(추정입니다. 다가구주택 경매는 세대수가 많을수록 예측이 어렵습니다).

제 판단은, 전세사기가 아니라 코로나19 유동성 위기에 걸린 성실한 원룸 사업자가 연쇄 부도 직전에 서 있는 사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상담자도 보증금이 급하지 않다고 했고 임대인을 좋게 평가했습니다. 이 두 가지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3. 보증금을 ’빌려준 돈’으로 바꾸는 방법. 준소비대차 + 선순위 근저당권 감액 + 후순위 근저당권 설정 + 집행인낙 공증. 대항력을 내주는 리스크를 감수하는 대신 높은 이자, 순위, 소송이 필요 없는 집행권원을 받음

기존의 금전채무를 소비대차의 목적으로 하기로 약정하면 소비대차의 효력이 생깁니다(민법 제605조, 준소비대차). 임대인이 돌려줘야 할 보증금 1억 3천만원을 상담자가 빌려준 돈 1억 3천만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왜 바꾸는가. 이사를 가면 대항력(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과 우선변제권(제3조의2 제2항)이 사라집니다. 임차권등기로 유지할 수 있지만 그러면 2번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내주는 대신, 선순위 근저당권 최고액을 갚은 만큼 줄이게 하고(갚았는데 변경등기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전입과 상관없는 물권(근저당권)과 소송 없이 집행할 수 있는 집행권원(공정증서)을 받는 교환을 했습니다. 계약서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가. 선결조건. 계약 당일 선순위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을 9억원에서 7억 8천만원으로 감액등기하고, 그 자리에 적정금액(전액은 아님)의 상담자 명의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나. 변제. 1천만원은 8. 31.까지 먼저 갚고, 잔액 1억 2천만원은 연 20%로 원리금균등 24회(2024. 9. 30.부터 2026. 8. 31.까지 매월 말 6,107,496원) 분할변제한다. 조기상환수수료 0%.

다. 000호에 새 세입자가 들어오면 계약서를 즉시 교부하고, 그 보증금 전액을 이 차용금 변제에 쓴다.

라. 기한이익상실. 임대인에 대한 가압류, 압류, 경매, 회생, 파산 신청 등이 있으면 전액을 즉시 갚는다. 조건을 어기면 상담자의 임차권등기명령, 보증금반환청구, 강제경매 신청에 이의하지 않는다.

마. 집행인낙 공증. 연체나 조건 위반 시 판결 없이 즉시 강제집행을 당해도 이의하지 않는다는 공정증서를 작성하고(민사집행법 제56조 제4호), 수수료는 임대인 부담.

왜 연 20%인가. 이자제한법이 정한 금전대차의 최고이자율이 연 20%이고, 소송으로 받을 때의 지연손해금(연 12%)보다 높아야 “기다려주는 대가”가 됩니다. 상담자 쪽에서는 조금 낮출 의사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먼저 법정 최고이자율을 불렀고, 임대인이 이를 그대로 받았습니다. 연 6% 은행 돈을 쓰면서 연 20%를 내는 것은 분명 부담이지만, 24개월 안에 갚을 수 있다고 임대인 스스로 판단한 것입니다.

근저당권과 공증을 둘 다 받은 이유는 둘이 막는 위험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근저당권은 순위입니다. 상담자가 나간 뒤 임대인이 다른 데서 돈을 빌리거나 다른 세입자가 먼저 임차권등기와 경매를 하더라도, 상담자의 자리는 7억 8천만원 다음으로 등기부에 박혀 있고 등기부만으로 경매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64조). 다른 세입자와 채권자에 대한 보험입니다. 한편 공증은 속도입니다. 부동산 경매는 1~2년이 걸리지만 공정증서는 판결 없이 집행권원이 되므로, 연체 다음 날 임대인의 예금계좌, 월세채권, 매매대금채권을 압류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으로 하여금 24개월 동안 상담자를 변제 1순위에 두게 하는 압력이기도 합니다. 근저당권만 있으면 결국 받기는 하지만 1~2년 뒤이고 그 사이 임대인은 망할 수 있습니다. 공증만 있으면 빠르지만 순위가 없어 뒤에 생긴 담보에 밀립니다. 담보 여력은 있는데 현금이 없는 임대인에게는 둘 다 필요(또는 둘 중 하나라도)하고, 담보 여력조차 없는 임대인에게는 둘 다 소용없으니 바로 1번으로 가야 합니다.


4. 선택은 숫자로 함. 어느 경우에도 소송보다 나쁘지 않게 설계하되,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임대인이 있음

상담자에게 드린 시나리오는 넷이었습니다.

시나리오

상담자가 받는 돈

비고

가. 지금 바로 임차권등기와 소송

보증금의 6~70%는 확실

1~2년 소요. 임대인 도산, 다른 10세대 연쇄 피해

나. 공증 뒤 몇 달 안에 연체

선변제 1천만원 + 받은 회차 + 근저당·공증으로 즉시 집행

가보다 나쁘지 않음

다. 1년 뒤 연체

1천만원 + 6,107,496원 × 12회 = 83,289,952원(보증금의 64%)

가의 결과를 이미 손에 쥔 채 잔액을 집행

라. 24회 완납

1천만원 + 6,107,496원 × 24회 = 156,579,904원

이자 26,579,904원. 리스크를 감수한 연 20% 금융상품

가.에서 확실히 받을 6~70%를 다.에서는 1년만 지나도 손에 쥐게 됩니다. 그 뒤로는 임대인이 망해도 가.보다 나쁘지 않고, 임대인이 살면 상담자는 연 20%를 받고 임대인은 재기하고 열 세대는 그대로 삽니다. “해보시겠습니까” 했더니 해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 방법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적어둡니다. 임대인이 자료를 내놓지 않거나 연락이 끊긴 경우. 명의만 빌린 임대인. 선순위 담보가 시세에 근접한 경우. 다른 건물에 미해결 임차권등기나 가압류가 여럿인 경우. 임차인이 그 돈을 당장 써야 하는 경우. 이때는 바로 임차권등기와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이 상담의 전제는 “임차인이 급하지 않다”와 “임대인이 다 보여줬다” 두 가지였고, 하나만 빠졌어도 저는 이 방법을 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5. 후기. 2년 뒤

최종 변제기(2026. 8. 31.)가 지난 얼마 뒤 상담자가 연락을 주셨습니다. 전부 완납되었다고. 중간에 지체나 이자 감액이 있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2년 동안 제게 연락이 없었다는 것은 집행할 일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상담자는 임대인에게 300만원을 돌려드렸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실제 결과는 156,579,904원에서 300만원을 뺀 153,579,904원, 보증금 1억 3천만원에 2년간 이자 23,579,904원이 붙은 것입니다. 약정이자 26,579,904원의 약 89%, 연 20%로 시작해 연 17%대 후반으로 끝낸 셈이고, 그 차이는 법이 아니라 임차인이 정했습니다.

임차인의 보증금은 이자까지 붙어 돌아왔습니다. 임대인은 연 6% 은행 이자 위에 연 20%를 24개월 얹어 내고도 살아남았으니 재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열 세대는 그 사이 그대로 살았습니다. 2024년 8월에 임차권등기를 했다면 이 셋 중 어느 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덧. 상담자가 식사하시라고 보내주신 돈은 세입자114와 직장갑질119에 나누어 전달했습니다. 일부는 아내와 저녁을 먹는 데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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