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06] [기사_오마이뉴스]국회 앞 시위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구의원 된 까닭
전세사기 피해자에서 구의원으로 — 안상미 미추홀구의원의 이야기
세입자114 운영위원을 지내셨고 지금은 자문위원으로 함께하고 계신 안상미자문위원님의 인터뷰가 지난 10월 6일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
안상미 위원님은 2022년 인천 미추홀구 대규모 전세사기의 피해 당사자입니다. 이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국회와 정부를 오가며 싸웠습니다. 그 목소리는 전세사기특별법 제정과 개정 논의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피해자 지원을 넘어 주거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미추홀구의원에 당선되셨습니다. 다음은 안상미위원님의 이러한 활약을 다룬 오마이 뉴스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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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국회 앞 시위하던 전세사기 피해자가 구의원 된 까닭

전세사기 피해자로 국회 앞에 서서 목소리를 내던 사람이 이제는 지방의회에서 주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안상미 미추홀구의원이다.
안 의원은 2022년 미추홀구에서 발생한 대규모 전세사기의 피해자였다. 2023년 4월 말 기준 미추홀구가 파악한 전세사기 피해 가구는 2484가구, 피해 규모는 약 2000억 원에 달했다. 안 의원은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국회와 정부를 찾아다녔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전세사기특별법 제정과 이후 개정 논의로 이어졌다. 하지만 안 의원은 피해자 지원을 넘어 한국의 주거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행정의 안쪽에서 제도를 바꿔보기로 결심했고,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미추홀구의원으로 당선됐다.
피해 당사자에서 제도를 바꾸는 지방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지금 어떤 문제를 바라보고 있을까. 9월 22일, 인천 미추홀구의회에서 안상미 의원을 만났다.
전세사기 피해자에서 미추홀구의원이 되다
- 구의원이 된 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제 말에 무게가 실리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지난 7월 미추홀구의회 임시회가 있었어요. 그날 기계식 주차장 설치를 완화하는 조례가 통과됐죠.
서울은 땅값이 비싸고 주차할 곳이 없기에 기계식 주차장이 필요하지만 미추홀구는 그렇지 않아요. 심지어 비용을 절감하고자 저가의 기계식 주차장을 쓰죠. 이 경우 SUV 차량조차 못 들어가고, 차 한 대를 빼는 데 10분 이상이 소요되기도 해요.
5분 발언을 통해서 이 조례에 대한 문제점을 짚었어요. 미추홀구의 실정에 맞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했어요."
안 의원은 미추홀구 같은 원도심에서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아파트에 오피스텔을 섞어 짓고, 기계식 주차장을 활용해 법정 주차대수를 확보하는 방식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남씨가 많은 주택을 지어 임대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방식이 활용됐다는 게 안 의원의 설명이다.
- 구의원이 되기로 마음먹은 건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기 위해서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저희가 개선을 요구한 사항들은 대부분 이뤄졌어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까지 통과돼 피해자에 대한 최소보장제도도 마련됐죠.
그런데 전세사기 피해자는 주거 문제에 아픔을 겪는 일반 서민들이잖아요. 서민의 주거에 문제가 있다는 거죠. 대책위 위원장의 자리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국내 주거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어떻게 하면 서민의 주거가 안정되고 편안해질 수 있는가를 고민하다 행정의 안쪽에서 제도를 바꾸자고 결심했죠."
- 임기 내에 반드시 해내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비아파트 관리업체의 불투명한 운영비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대단지 아파트들은 세대수가 많으니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주민들을 뽑아서 관리업체를 감시할 입주자대표회의를 구성해요.
반면 비아파트는 세대수가 적고 관리에 필요한 예산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관리단이 법적으로 존재하더라도 실제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요. 대부분 임차인이 거주하다 보니 관리에 참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죠.
관리단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니 관리업체에 문의해도 관리비 내역을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아파트처럼 관리비 내역을 공개하도록 하는 제도가 충분하지 않아 제재나 행정적 관리에도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비아파트의 관리업체를 행정체계 안으로 들어오게 힘쓰려고요. 임차인이라도 실거주하는 사람에게 관리감독의 권한이 주어져야 해요."
법무부는 지난 5월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집합건물의 관리비 내역 공개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 어떤 계기로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맡으셨나요?
"미추홀구에서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거래처를 관리하는 프리랜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보니 다른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죠.
소송을 저렴하게 진행하기 위해 변호사를 알아보러 다닌 게 시작이었어요. 뛰어다니다 보니 소송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전세라는 제도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제도를 바꾸기 위해 토론회를 열고, 국회에 찾아가 시위를 하는 등 대책위 활동을 했어요."
-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고충은 무엇인가요?
"예전엔 당장 집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다행히도 「전세사기특별법」이 개정되면서 그런 고충은 줄어들었죠.
반면에 지금은 피해자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어요. 법에서는 임대인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을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요구하는데, 개별 피해자가 이런 사정을 소명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거죠.
또 다른 문제는 같은 전세사기 피해자라도 근저당이 언제 설정됐느냐에 따라 보호받는 금액이 달라진다는 거예요. 지금 기준으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에 의해 보호받아야 할 소액 세입자라도, 은행이 과거에 근저당을 설정했다면 당시의 기준이 적용돼 최우선변제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최우선변제금 제도에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은행은 임대인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나중에 소액임차인이 들어올 가능성을 고려해 최우선변제금만큼을 담보 가치에서 빼고 대출 한도를 정하는 경우가 있어요. '방공제'라고 하죠. 그렇다면 은행이 근저당을 설정할 당시 임차인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던 금액만큼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보장해도 은행에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저희 주장이에요.
그런데 현재는 선순위 근저당이 설정된 시점의 기준이 적용되면서, 계약 당시에는 소액임차인에 해당하더라도 최우선변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겨요. 서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보는 거죠."
- 그들이 최우선변제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지금은 LH가 피해주택을 매입하면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제도가 생겨 최우선변제금 소송의 실익이 예전보다 크지는 않아요. 그래도 앞으로 비슷한 일을 겪는 사람이 생겼을 때를 위해 선례를 남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한 사람의 재판에도 참석했고, 이 문제를 알리기 위해 최근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도 열었습니다. 현재는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요."
한국 주거제도의 미래를 묻다
- 한국의 전세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까지 한국인들은 서로를 참 잘 믿었어요. 이제는 그 신뢰가 무너진 거죠. 위험은 계속 있었지만 이전에는 잘 인식하지 못한 겁니다. 원금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세 거래는 자연스레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시간이 지나면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다고 봐요."
- 일반인들도 전세사기 위험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안심전세'라는 앱이 있죠. 전세사기 피해가 많이 발생하니 정부에서 이를 예방하고자 만들었어요. 세입자가 볼 수 있도록 '집값, 집주인 정보, 전세보증 가입 가능 여부' 등 집에 대한 정보를 모아주는 앱이에요.
물론 이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아니에요. 안심전세 앱은 다시 개인한테 책임을 돌리는 방식이거든요. 한국에서는 전세사기를 당했다고 하면 돌아오는 말이 뻔해요. '좀 알아보지 그랬어.' 그런데 전세사기는 알아본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 앞으로 집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요?
"집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주거 공간으로 봐야 해요. 반전세나 공공임대 등도 그 대안이죠. 집이 물량적으로 부족하진 않아요. 한 사람이 몇백 채씩 가지고 있는 게 문제예요. 지어진 집들을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에게 배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해요."
-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처음 제가 피해를 겪었을 때는 오롯이 혼자서 싸워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전세사기특별법에 관해 목소리를 낼 때 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빈곤사회연대 등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 밖에도 전세피해지원센터, 세입자114, 전세사기피해자 지원관리시스템 등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곳이 있어요. 그러니 혼자 고민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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